아주 오오오랫만에 야근을 하고 있던 이번주 수요일.
대학 동창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 누구에게도 먼저 전화하거나 안부를 묻지 않는 나.
그래서 웬만한 친구들은 "살아 있냐?"라는 질문과 함께 욕을 쏟아내곤 한다.
개놈시끼들. 고맙다 :-)
역시나 이놈도 한 푸닥거리를 하고나서
근황토크로 시작됐다.
당연히 토크 주제는 육아&임신.
지난해 아주 사랑스런 아들녀석을 품에 안았던 친구였다.
너스레 떨며, 신생아 용품은 나에게 넘기라는 나에게
"야 있는거 없는거 다 줄게. 그거만 줘? 선물도 줄꺼야~" 라는 친구.
물론. 위에도 썼듯이 친구의 득남소식에도 선물을 할 생각 조차 못 했다.
"야 Give가 있어야 Take도 있는건데, 말만으로도 고마워. 진짜 고맙다"라는 내게
나의 머리와 마음을 한대 친듯 울리게 만든 그 녀석의 한마디.
야. 그런소리 마. 너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너 속이 속이겠냐. 다 알아.
우리 아들 태어났을 때 축하한다는 연락만으로도 너는 엄청 애쓴거야. 다 안다고 임마.
그래서 그 누구보다 더더욱 축하 받아야 하는거고.
아.
말문이 막혔다. 너무 놀라서.
친구가 잘 준비하고 있냐는 물음에
그냥 웃으며 노력 중이다, 시도 중이다, 곧 생기겠지, 잘 될꺼야 라고 둘러대고 말았던 나였는데,
이 녀석은 마치 내 속에 들어와서 내 속을 훤히 본듯한 모습이다.
속 깊은 녀석이란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짜 찐 감동. (아 그래서 이녀석 성이 Jin인가? 찐이라..... 꽥)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하더라.
"아오, 아들 태어나서 육아 하니까
여기저기서 '지금이 좋을 때다', '웰컴투개고생', '앞으로 고생길이 열렀네' 이런 소리 하는데
진짜 때려주고 싶다.
축복받은 아이가 생겼는데, 그게 할말이야? 사람들이 감사할 줄을 몰라.
난 지금 너무 즐거워. 피곤하고 졸려도 너무 즐거워. 너도 곧 느끼고 즐길 수 있을꺼야"
여러모로 간절했던 내게 참 이상적인 이야기를 더해준 친구.
이래저래 시덥잖은 너스레 몇마디 더 하다가 전화를 끊었는데.
이 날의 통화만큼은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다.
아.
나 정말 좋은 친구 뒀네. 고맙다. 친구야.
너는 벌써 멋진 아빠의 모습을 다 갖췄구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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