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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Blog 일기장

고생 많았어.

by 바람살랑 202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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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미음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잠이 들어버린 그녀.

 

무통 주사 버튼을 손에 꼬옥 쥔 채 잠 든 그녀의 모습이 한없이 예쁘기도, 울컥할 정도로 마음 한 켠이 아리기도 하다.

 

 

 

28살의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던(아니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녀는

임신이라는 큰 벽을 넘고자 수차례의 시험관과 결단이 필요했던 자궁 선근증 수술, 

그리고 본인에게는 전부라 할 수 있었던 회사도 퇴사했다.

 

6년이 넘게 이어졌던 심적 고통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와이프가 잠든 사이 병실 한 구석에 앉아 그 시절 생각에 잠겨본다.

 

 

 

생리 때면 통증 때문에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백한 얼굴로 몸을 질질 끌며 출근했더랬지.

생리 중 무리하게 떠났던 부산여행에서는 돌아오던 중 급하게 고성 즈음에서 병원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높아진 염증 수치 때문에 주말에 찾은 응급실 앞에서 왈칵 구토를 하기도 했었고,

퇴사를 결심하며 큰 아쉬움과 속상함에 통곡했던 그녀.

 

 

 

다만,

오늘의 이 축복이 과거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진 않으려 한다.

 

노력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더 멋진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발자욱 나아간거라는 생각을 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에게는 온전히 출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에 불과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나온 쑥쑥이.

그러다보니 혈당 조절 능력이 조금은 뒤쳐진 상태인데, (다행이 다른 질병은 없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면회도 절대 불가능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혈당 조절을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

 

 

자기 때문에, 자기 몸 컨디션 때문에 쑥쑥이는 일찍 나와야 했고,

결국 아기가 자신의 문제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사실.

분명 이 부분에 대해 억장이 무너질텐데, 그 모습을 지켜봐줄 수 밖에 없는 내 모습이 참 작고 초라해진다.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

 

근 한달새 무너진 그녀의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바닥을 치고 있는 엄마의 체력을 쑥쑥이가 인지하고 회복할 시간을 주는거라며

그녀의 슬픔 한 구석을 다독여본다.

 

 

다행이 아픈 게 아니니 곧 나을테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의 시간은 꽤나 더디게 가겠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그치만 모든 게 다 괜찮다.

앞으로 함께 할 미래가 훨씬 많고, 아프지 않는게 최우선이니까.

 

 

 

쑥쑥아.

아빠 엄마가 비록 옆에서 지켜볼 순 없지만, 언제나 너의 옆에서 응원하고 있단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네가 할 수 있을만큼 힘 내서 무럭무럭 자라렴.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을 때 봄 햇살 보다도 화창한 미소로 두팔 벌려 환영해줄게.

힘내. 화이팅. 아자자.

 

 

자기야.

뱃 속에 쑥쑥이를 데리고 있느라, 바깥 세상을 보게 해 주느라 고생 참 많았어.

우리 쑥쑥이는 씩씩하게 잘 있을터이니, 우리 너무 걱정말고.

아기를 무사히 맞이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기대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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